2014년 순천시에 개소한 직업재활시설
냅킨, 두루마리 휴지 등 5가지 제품 생산
직원 3분의 2 장애인…20~50대 연령대
농구, 볼링 등 직업재활프로그램도 마련
"과정은 복잡해도 해결하는 재미있어"

지난 2014년 6월 11일에 순천시 서면 수촌마을 일대에 설립된 직업재활시설인 '꿈을키우는세상'은 점보롤, 냅킨, 미용 티슈, 두루마리 휴지 등 5가지의 제품을 생산한다. 점보롤 커팅기에서 작업하는 모습. (사진=송민섭 기자).
지난 2014년 6월 11일에 순천시 서면 수촌마을 일대에 설립된 직업재활시설인 '꿈을키우는세상'은 점보롤, 냅킨, 미용 티슈, 두루마리 휴지 등 5가지의 제품을 생산한다. 점보롤 커팅기에서 작업하는 모습. (사진=송민섭 기자).

"점보롤이 잘려서 나오면 잘 다듬고 비닐포장대로 옮겨요. 과정이 복잡한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전남 순천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꿈을키우는세상'은 점보롤 가공이 한창이다. '텅' '텅' 두루마리 화장지 원단이 리프트에 옮겨지면서 기계와 부딪치는 소리가 공장안에 연신 울려 퍼졌다. 리프트에 옮겨진 원단은 중심을 잡아주는 걸이에 돌돌 감겨 점보롤 절취기로 이동됐다.

원단은 박현규씨(26)가 작업하는 완성품 컷팅기로 전달됐다. 박 씨는 커팅기를 이용해 점보롤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점보롤 크기로 사용하기 좋게 잘려나왔다. 박 씨는 점보롤 양끝부분에 미처 잘리지 못한 롤을 떼어내고 가다듬었다. 이렇게 정제된 롤은 박 씨가 직접 기계를 조작해 최종검수장인 비닐포장대로 옮긴다.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점보롤을 자르고 옮기는 간단한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박 씨에게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하는 일이다. 자칫 칼날에 손이 베일 수 도 무거운 점보롤이 바닥에 떨어져 깔릴 수 도 있다. 집중하지 않으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바로 노출되기 일쑤다.

박 씨는 "항상 집중해서 일한다. 다친 적은 한번도 없다. 점보롤 절취기와 완성품 물커팅 기계를 주로 다룬다. 점보롤을 자르고 다듬고 옮기는 작업을 한다.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하다보니 신경 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호흡이 잘 맞을 때 가장 재밌다. 반대로 기계가 갑자기 작동이 안 될 때가 있다. 기계가 수리 될 때까지 기다려야하고 해야 할 일이 밀린다. 그때가 가장 힘들다.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점보롤 커팅기에서 작업중인 박현규(26)씨. (사진=송민섭 기자).
점보롤 커팅기에서 작업중인 박현규씨(26). (사진=송민섭 기자).

지난 4일에 방문한 '꿈을키우는세상'은 장애인들의 최저임금(9,160원)을 온전히 보장해주는 일터다. 최저임급법상 장애인 노동자는 노동력이 70% 이하로 평가되면 최저임금을 보장해주지 않아도 되지만, 이곳 '꿈을키우는세상(이하 시설)'에서는 일하는 모두가 최저시급을 받는다. 시설은 순천시 서면 수촌마을에 위치해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직업재활과 관련된 직무기능, 직업훈련, 제품생산 및 판매 등의 제반서비스를 지원한다. 능력과 적성에 맞는 근로 기회를 제공하면서 장애인 근로자가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립하게 도와준다. 

시설은 지난 2014년 6월 11일에 순천시 서면 수촌마을 일대에 설립됐다. 순천시에서 10억6천만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설립된 시설은 사무실과 직업훈련실, 화장지 생산 작업장 등의 시설(1,761㎡ 부지에 3,716㎡ 면적)을 갖춰 개원했다. 사무동 1동과 점보롤을 만드는 1작업동, 냅킨과 두루마리 휴지 등을 생산해내는 2작업동, 직업재활프로그램 교육훈련 장소인 집단활동실, 휴지 원자재를 보관하는 창고1, 2동이다. 

작업 1동은 친환경 핸드타올을 생산한다. 공장을 둘러보며 설명중인 김성룡 원장. (사진=송민섭 기자).
작업 1동은 친환경 핸드타올을 생산한다. 공장을 둘러보며 설명중인 김성룡 원장. (사진=송민섭 기자).

시설은 100% 천연펄프와 친환경 원료로 핸드타월부터 점보롤, 냅킨, 미용 티슈, 두루마리 휴지 등 5가지의 제품을 생산한다. '꿈의 정원'이라는 상표로 생산된 제품은 도내 관공서와 공공기관, 학교, 휴게소 등지에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납품한다. 나머지는 학교장터, 나라장터, 나라빌, 꿈드래(쇼핑몰) 등을 통해서 판매한다.  

장애인의 자활과 복지, 소득증대를 위한 시설인 만큼 전체 3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장애인들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직원은 총 35명이다. 그중에서 장애인 노동자가 25명이다. 적게는 20대부터 많게는 50대까지 있다. 20대가 가장 많은 13명이며 50대는 3명이다. 장애 정도는 심한장애(1, 2, 3급) 23명, 심하지 않은 장애 1명이다. 지적장애가 가장 많은 18명이다. 자폐성장애 2명과 정신장애 1명, 발달장애 1명, 청각장애 2명이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장애인 노동자들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보다 신체 피로가 빨리와 이를 고려한 근무시간이다. 

'꿈을키우는세상'에 마련된 직업재활프로그램 장소. 이 곳에는 장구와 런닝머신, 탁구대 등이 구비돼있다.(사진=송민섭 기자).
'꿈을키우는세상'에 마련된 직업재활프로그램 장소. 이 곳에는 장구와 런닝머신, 탁구대 등이 구비돼있다.(사진=송민섭 기자).

직업재활시설인만큼 직업재활프로그램도 갖는다. 직업재활프로그램은 일, 주, 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나눠서 계획을 세운다. 매일 하는 프로그램으로는 대근육, 소근육 훈련과 일터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해낼 수 있게 돕는 역할수행훈련, 작업태도 및 기술훈련 등이 있다. 특히 매주 주간훈련에는 강사를 초빙해 볼링과 난타, 미술치료, 농구 등의 체육시간과 문화 예술 시간을 따로 갖는다. 명실상부 지역 발달장애인 고용의 튼튼한 사다리 역할과 함께 재활센터의 일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용 원장은 “발달장애인 일자리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 주민들과 기업, 기관 모두가 관심을 가져줘야 장애인들의 고용의 질이 향상 될 수 있다"라며 “발달장애인들이 취업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꿈을키우는세상'에서 생산하는 두루마리 화장지. (사진=송민섭 기자).
'꿈을키우는세상'에서 생산하는 두루마리 화장지. (사진=송민섭 기자).

 

저작권자 © 순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